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와 사료곡물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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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와 사료곡물 수출
  • 김치영 박사
  • 승인 2019.08.3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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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영 경제학 박사, aT 국제곡물정보분석협의회 전문위원
김치영 경제학 박사, aT 국제곡물정보분석협의회 전문위원

최근 일본이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수출품목이며 주력 산업인 반도체의 소재원료에 대해 수출규제를 취함으로써 해당산업은 물론 세계 경제 전반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정치적인 이유를 들어 수출을 규제하거나 수입을 금지하는 행위는 국제 무역의 원칙에 맞지 않으며 바람직한 시장 경제에도 역행하는 행위이다.
이에 대해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의 대응과 함께 소비자단체를 중심으로 일본제품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전개해 나가고 있고, 일본은 추가적인 규제움직임에 자국 생산품의 우회수출마저 금지하려 하고 있어 마치 마주 보고 달려오는 기차를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다. 이제라도 일본이  수출규제조치를 되돌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역으로 일본이 추가적인 규제조치를 취해 나간다면  양국의 무역 분쟁의 파장은 예상하기 어렵다.
사료산업에 있어서도  사료 원료라 할 수 있는 사료곡물의 많은 양이 일본의 종합상사에 의해 우리나라로 수입되고 있다. 따라서 한·일간의 무역 분쟁은 첨단산업인 반도체, IT산업에 그치지 않고 축산·사료산업에 미칠 영향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번에 수출규제가 취해진 반도체 소재원료들의 경우  모두 일본에서 직접 생산해서 수출하고 있는  품목들이지만 사료곡물의 경우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즉, 반도체 소재원료의 경우 모두 일본산(Made in Japan)이지만 식용소맥이나 사료원료의 경우는 원산지가 미국, 호주, 남미 등으로 이들 국가에서 생산한 곡물을 일본이 수출만 하며(Exported by Japan) 자국 수요량과 수출량의 수급조절을 위한 완충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실제  국별 곡물 수출량 통계에도 잡히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곡물시장에서 일본의 종합상사의 시장지배력이 많이 약화되긴 했지만 아직도 국제곡물시장에서의 소맥, 옥수수 등에 대한 일본 종합상사의 역할은 막강하다. 특히 미국 태평양 북서해안지역(PNW)의 수출용 엘리베이터와 미시시피강하구의 수출용 엘리베이터의 상당수가  일본의 종합상사들에 의해 소유되어 있다. 
미쓰이, 미쓰비시. 마루베니, 이또오쥬, 수미또모, 젠노 등으로 대표되는 이들 일본계 종합상사들은 자국의 곡물수입은 물론 한국, 대만, 중국 등에도 수 백만톤의 식용 및 사료곡물을  수출하며 공급자로서의 시장지배력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한 때 식용 소맥 수입량의  절반 이상을 일본계 종합상사들이 수출했고, 사료곡물도 한 해 수백만 톤씩 수출한 적이 많다.
이들 일본계 종합상사들은 대부분 국내 에이전트를 통해 입찰에 참여하고 있고, 원산지가 대부분 미국이나 남미 등이다 보니 실제 사료곡물 수입량의 통계에는 미국이나 남미국가로 표시되어 있지만 실제 수출을 주도하는 주체는 일본계종합상사이다. 따라서 통계에는 미국산 옥수수나 남미산 옥수수로 잡혀있을지라도 사고 파는 의사결정은 일본계 종합상사에 의해  결정된 셈이다.
다행히 국제곡물시장이 다국적 곡물메이저들에 의해 지배되는 과점시장이라서 일본계 종합상사가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수급 불안 시 일본계종합상사가 가지고 있는 시장지배력은 우리에게 충분히 위협적이다. 
과거 미국의 흉작이나 선임 폭등으로 옥수수 가격이 폭등할 때 미국 태평양 북서해안(PNW)지역에서의 곡물수출이 일본의 자국우선주의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불과 몇 해 전에도 미국 서해안지역의 폭설로 PNW 지역의 철로 수송이 어려워져 질 때 우리나라는 일본 보다 선택권이 적다보니 서해안 보다 훨씬 멀고 가격이 비싼 미시시피강 하구인 GULF 지역의 옥수수를 수입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계 종합상사들의 시장 참여는 종종 국제공개경쟁입찰에서  낮은 가격으로 경쟁을 유발시켜 시장가격 안정에 기여하고도 있지만, 국지적인 곡물 수급의 불안이 야기될 때는 일본의 자국우선주의에 밀려 오히려 더 큰 수급불안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이나 주요 생산국가에 곡물수출용 엘리베이터 확보를 위한 시장 참여 방안이 제기되곤 했지만 늘 구호에 그치고 있고 아직껏 식량안보를 위한 중요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최근 일본의 반도체 소재원료의 수출 규제를 둘러싸고 우리나라에서 일본산 수입제품의 불매운동이 전개되고 있지만 사료곡물의 경우 꼭 이 같은 수출규제는 아니더라도 유사시 일본의 시장지배력이 높은 지역의 수급불안정과 같은 비상사태를 해소해 나가기 위해서라도 우리나라도 국제곡물시장의 유통 인프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국가적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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